항일조직 스파이 유령, 스파이 추리물 (전반부)
영화 <유령>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의 특징은 적은 대사를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연출은 과거 학생 단편영화계에서 유행하던 트렌드였다. 최대한 대사를 적게 사용하여서 보이는 것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능하도록 연출하는 것이다. 내가 느낀 영화 전반부의 느낌은 대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우아한 느낌을 내보려는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한느낌이었으니 좋은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전반부만 하더라도 조금 지루한것을 빼면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영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많은 부분이 단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반부의 이야기를 쓸모없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전개 (후반부)
영화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지점은 진짜 유령이 밝혀지는 순간 부터이다.
물론, 이전까지 전반부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는 진짜 유령이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하지만 숨겨진 누군가가 또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인데, 겉으로 봐서는 알수 없는,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타나는 그런 존재인 유령 혹은 흑색단과 같은 조직이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야기와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저항하며 싸운 그들 이라는 타이틀로 이 영화를 마무리하려던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한국 영화의 뻔한 공식을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의 후반부의 유리코가 흑색단임을 밝혀주는 장면이 상당히 맥락없게 느껴졌다. 거기에 그녀가 흑색단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영화 전반부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요소들이 쓸모없이 버려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연출한 이혜영 감독은 전작이었던 <독전>에서도 비슷한 연출 방식을 사용 했다. 마치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을 등장시켰는데, 그때와 비슷한 반응이 <유령>에도 등장한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전개 방식이 억지스럽기 때문일것이다.
이전까지 유리코를 흑색단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런 상황이 등장할 예정이었다면 전반부의 유리코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흑색단이었다 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전까지 그녀가 보인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는, 그녀에 대한 의심이 모두 해소가 되는 순간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령>은 유령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이미 유령의 존재를 알려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다못해 흑색단 이라는 단체조차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생각치 못했다. 즉 빌드업이 없는 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후반부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는 점도 문제이다. 영화 자체가 133분으로 긴 편인데, 체감되는 러닝타임은 그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추리물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반부도 그리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은 마당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반부와 전혀 상관없는이야기들 이다보니 사실상 영화 두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인것이다.
만약 박차경이 유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카이토'를 주인공으로 하여서 일본의 입장에서 유령과 흑색단을 다뤘다면 조금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입장에서 흑색단은 상당히 성가시고 짜증나는 존재였을 것인데 이것을 영화에서 표현했다면 역설적으로 독립을 하기 위해서 힘썼던분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 같다.
반대로 일본에게 독립군이 어떠한 느낌인지 이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독립운동을 한 그들에 대한 존경심 혹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유령> 간단 한줄평
분명 예고편에서는 추리물로 보이도록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상 영화가 시작되면 초반부터 누가 주요인물인지 알게 되고 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 추리의 요소들이 후반부에는 사실상 쓸모가 없어지게 되면서 결국 영화 두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선을 바꾸고 전개를 했다면 추리물의 관점에서나 독립운동가에 대한 표현을 하는 관점에서나 더 괜찮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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