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를 뒤흔든 최고의 영화 <헤어질 결심>
이 영화는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깐느 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증명해 낸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 감독상을 포함해 총 3개의 상을 수상했으니, '깐느 박'이라는 수식어도 꽤 잘 어울리시는 분이다. 사회적인 통념을 깨고 인간을 바로 보려는 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의 시선에 대해 리뷰해 보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난해하다', '너무 비유적이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곤 하는데, <헤어질 결심>도 어떻게 보면 그런 맥락의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헤어질 결심>을 이렇게 보아라 하는 가이드라인 같은 장치가 존재한다.
내 인생을 '붕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
서래(탕웨이)는 해준(박해일)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문자를 한다. 해준은 '이 여자가'라고 말하며 싫은 티를 내는 듯 하지만 서둘러 출발한다. 운전을 하는 해준의 모습이 보이고, 차량의 계기판에 속도가 쭉 올라간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빨리 서로에게 달려가고자 하는 사랑의 속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앞서 해준이 부하 형사 수완(고경표)과 통화를 하면서 졸음운전을 하던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해준의 입장에서 서래는 하품이 나오던 나의 삶의 권태를 박살 내주는 대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의 대사를 합쳐서 변주해 본다면 해준에게 서래는 '내 인생을 붕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이다.
<헤어질 결심> 은 해준이 세번 외도를 하는 영화이다. 말하자면 해준은 '정안'이라는 아내를 두고, 서래, 수완, 연수와 사랑을 나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먼저 해준과 수완 두 인물은 수사를 할 때 항상 같이 다니는 콤비이다. 알다시피, 잠복근무를 함께 하는 상대 형사를 마누라라고 지칭하곤 하는데, 주말부부인 해준과 정안의 관계에 의거해서 본다면 정안은 해준의 주말 마누라, 수완은 해준의 평일 마누라인 것이다. 또한 정안은 해준의 이포 마누라라면, 수안은 해준의 부산 마누라이기도 하다. <헤어질 결심>은 시작부터 우회적으로 두 인물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는데, 수완의 몇몇 행동들이 서래를 향한 질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해준과 연수, 연수는 수완만큼 유대가 깊어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해준과 콤비로 엮이고 있다. 무엇보다 연수는 사내에서 왕따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대하는 해준을 썩 마음에 들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한다든지, 별 시덥지 않은 일에도 매번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연수와 해준 사이에도 수완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애정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해준이 이렇게 갈팡질팡 헤매는 이유는 정안과의 관계가 식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은 사실상 쇼윈도 부부의 느낌으로 묘사되고, 둘의 교류는 다분히 이과적이다.
편견 선입견 타파, 완전한 자유주의 세계관의 반영
<헤어질 결심>은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봐야 제데로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수완과 해준, 연수의 사랑을 영화적 비유로서의 사랑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라는 진입 장벽을 넘고 본다면 이들의 사랑에 대해 꽤 진지하게 시의성을 부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해준과 수 완은 동성 커플에 대한 은유 로 볼 수 있고, 연수는 논바이너리 캐릭터, 즉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인물로 볼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은 성역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남녀사이의 부부관계가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아가씨>로 영화 부분 대상을 수상하였을 때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이런 거 가지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감독의 가치관이 반영된 부분인 것도 같다.
별점 및 한줄 평
<헤어질 결심>은 굉장히 세련되고 우아했다.
사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한번 빠지게 되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가장 완벽에 가까운 박찬욱의 사랑이야기.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형사와 용의자와의 로맨스가 박찬욱 감독에 의해 굉장히 신선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묘사되고 구현되면서 박해일, 탕웨이 두 배우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너무나도 마음에 다가와 박히며 끝나고 나서도 아주 깊이 여운이 남는 그런 대작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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